푸른 행성은 단단한 공기층으로 이루어졌다. 공기에 달콤하고 몽롱한 향이 맴돈다. 어쩐지 잠이 오는 것 같기도...
아니면 다른 행성을 탐사할까?

꿈은 달콤하다. 나는 꿈을 꿀 때마다 일어나서 메모를 해 두는 습관이 있었는데,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. 아직 잠에 젖어 있을 때라 오타 투성이로 적어 둬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. 꿨던 꿈은 그 본질처럼, 흐릿하고 몽롱한 채로 내 머릿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. 그리고 내가 꿨던 꿈의 일부를 이 행성의 공기에 옮겨두었다.

가끔 꾸는 자각몽은 향긋하다. 자각몽에서는 늘 내가 바다 위, 산 속, 이름 모를 계곡과 폭포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. '조금 아래로 내려가야지', 아니면 '더 높이 날아야지' 하고 생각하면 그렇게 꿈에서 행동할 수 있다. 자각몽은 길게 꾼 적이 없다. 늘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꾸는 것 같다. 하지만 내가 자연 풍경을 좋아해서인지, 자연을 마음껏 누비는 이 짧은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. 마지막으로 이 꿈을 꿨을 때는 낮잠에서였다. 일어나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후 3시의 미지근한 햇빛이 방 안을 비추고 있어서 더 행복해졌다.

인상깊어서 쭉 기억에 남는 꿈은 감미롭다. 2017년 11월 4일에 꾼 꿈에서는 내가 중세시대와 좀비 아포칼립스가 합쳐진 시대에 살고 있었다. 이상한 점은 핸드폰이 있었다. 말이 되지 않지만 그게 꿈의 매력적인 부분이다. 실제로 이입되기보다는 게임을 조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. 첫 번째 꿈에서는 게임 속 마을 같은 곳에서 갑자기 좀비 경보 메시지를 받았다. 곧 좀비가 쏟아져 나오고, 나는 도망다니다가 땅의 하수구 구멍을 발견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. 지하에는 계단이 매우 많은 도서관 같은 장소가 존재했다. 하수구라기보다는 위에서 아래가 보이지 않는 창살 느낌이었다. 아무나 열 수 있어서 위험하니까 고리로 입구 창살을 고정하려고 했지만, 적당한 재료가 없었다. 나는 그 지하 도서관에서 어떻게든 살아갔다. 몇 년 후, 시간이 흘러 좀비들은 사라졌다. 나는 이미 물린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의 책에서 읽은 백신을 개발하여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. 해피엔딩이었다.

그저께 꾼 꿈은 활기찼다. 마치 어떤 액션 추리 영화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. 나는 꿈 속에서 엄마의 꾸중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. 사실 꾸중 내용이 현실과는 관련이 없는데 왜 꿈에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꿈의 매력적인 부분이다. 그리고 갑자기 전개가 다른 곳으로 튀어서, 내가 아닌 제 3자의 마약 추리 수사를 돕게 된다. 처음에는 서툰 면이 있었어서 제 3자는 외려 범인에게 잡히며 끝나버렸다. 그러자 다시 처음으로 루프했는데, 이번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고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제 3자에게 조언을 하기로 했다. 하지만 꿈에서 고등학생이어서 급식을 먹고 있는 중, 친구들이 나에게 텔레비전에서 범인에 의해 내 신상이 털렸다고 했다. 이번에는 일이 잘 풀렸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진행되던 중 깨어나 버렸다.

가끔 꾸는 짧고 의미없는 꿈 또한 상큼하다. 어제는 내 방의 암막커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꿈을 꿨다. 내 방에는 햇빛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작년 겨울에 암막커튼을 쳤는데, 여름이 되니 저번에 친 커튼도 모든 햇빛을 막아주지 못했다. 그래서 이번에 더 강한 걸로 바깥쪽에 한 겹을 더 추가했다. 난 주로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완벽하게 어두운 방에 만족했지만, 꿈 속에서는 아침 8시의 환한 시간대였고, 새 암막커튼 사이로도 햇빛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고 있었다. 솔직히 고백하자면 너무 그럴듯한 내용에 꿈을 꾼 지 오래되지 않아서, 이게 꿈인지 현실이었는지 아직 100% 확실하지 않다. 언젠가 일찍 일어나는 날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.